청심국제중2학년손하늘(15) 군은영어전문학원이전무한경남마산출신이다. 그 핸디 캡을딛고유수의국제중에입학한것도놀라운데, 그는지난11월에치러진제48회전국 영어스피치콘테스트에서중등부대상을차지했다. 비법을
묻자손군은 “영어공부를 왜 해야하는지, 자신만의학습법을찾아내고만들어내는게왜중요한지자각하는것이야

말로성공적인영어학습을위한첫걸음”이라고말했다. 그의영어정복기를들어봤다.

 

 

주말마다 미국식 토론수업… 친구 사귀며 회화실력 다져 발음은 기본, 억양 액센트 자연스러운 아이컨텍도 익혀야 “기숙사 학교이기 때문에 주말에만 집에 내려갈 수 있어요. 이동시간만도 왕복 8시간이지만 시간을 쪼개 박정어학원을 다니고 있어요. 전국 말하기스피치 콘테스트가 있다는 것도 학원 선생님을 통해 알게 됐고요.”손군은 매 주말 박정어학원 특별반에서 특목입시 준비를 위한 문제풀이가 아닌 원어민 선생에게서 미국식 토론수업을 듣는다. 특별반 멤버는 총 9명인데 마산에 베이스를 둔 상위권 고등학생이 대부분이고 부산국제고에 재학 중인멤버도 있다고 한다. 문법 어휘 숙어 등의 기본 이론 수업은 배제하고 오로지 100% 영어토론수업을 지향하는데, 원어민 선생이 유달리 영어 말하기에 두각을 나타내는 손군에게 대회 정보를 프린트해주며 참가해보길 적극적으로 권유했던 것이다.“ 처음엔 학교수업 따라잡기에도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대회 참가는 무리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한편으론 전국의 내로라하는 말하기 고수들 사이에서 저의 말하기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손군은“처음 출전하는 인지도 있는 대외 영어경시대회인데다 학교 시험일이 며칠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서류전형 원서를 내기까지 고민이 많았다”며“지금도 그 상황과 같다면 참가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역시 똑같은 고민을 했을 것”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쓰기능력 평가 위한 에세이 작성나이 대에 맞는 주제 선정과 쓰기능력이 관건 손군의 말마따나 전국 영어스피치 콘테스트는 말하기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서류전형의 에세이 작성을 시작으로 영어 4대 영역을 직접적으로 두루 평가하는 시험으로 참가자들의 대회 준비기간은 보통 한 달 이상이라고 한다. 시험을 코앞에 둔 손군에겐 준비기간이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는 어학원 선생님에게 서류전형에 제출할 에세이를 첨삭 받고, 집에 있는 주말만이라도 온전히 대회준비에 시간을 할애하자고 마음 먹었다고 한다.“ 준비기간은 부족했지만 그래서 더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죠.” 첫 단계인 서류전형은 자유주제로 에세이를 작성하고 그 에세이를 낭독하는 동영상을 홈페이지에 올리는 것이었다.“ 맨 처음 주제는 ‘우리나라 입양아에 대한 문제’였어요. 입양아 문제를 사회적으로 좀 더 비중 있게 다루고 싶어서 선택했는데 제가 감당을 못 하겠더라고요. 작성했던 에세이를 보니 사실적인 내용은 하나도 없고 감정에 호소하는 글이 된 거에요. 그야말로 수박 겉 핥기 식의 에세이였죠.

내 나이에 맞는 주제, 나의 주장을 펼치기에 어려움이 없는 주제를 다시 고민하다 결국‘한국 영어교육의 문제’ 를 주제로 택했고요.”다소 진부한 주제가 될 수 있어 우리나라 영어 교육정책은 첫 단락에만 언급하고, 외국인 선생을 어떻게 활용해야 실용영어 학습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는지에 포커스를 맞췄다. 또 학생들의 창의적인 잠재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외국인 선생을 채용하기 위해 다단계 채용 절차를 거쳐 까다롭게 선생을 발탁해야 한다는 등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선생의 활용법에 대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손군은

“결국 말하기 대회지만 서류전형에선 참가자의 쓰기능력과 주제에 대한 참가자의 이해도를 우선 평가한다”며“평소 짧은 글이라도 꾸준히 작성해보고 전문가에게 첨삭을 받아온 학생이라면 주제 선택의 고민 외에는 어려움 없이 글을 작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스피치를 통한 주제 이해도와 발음, 액센트 평가 돌발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는 침착함이 관건 서류전형에 통과한 참가자는 대회 접수기간에 홈페이지에 올렸던 스피치 동영상으로 예선 평가를 치르게 된다.“ 이전에는 동영상 평가가 이뤄지지 않아 지방에 거주하는학생들의 경우 예선을 치르기 위해 서울에 와야 하는 불편함이 따랐다. 그러나 제47회 대회부터 동영상평가제를 도입한 이래 지방 참가자들의 접수가 크게 늘었다”는 게 대회 관계자의 전언이다. 본선의 주제는 예선 주제와 동일하다. 예선에선 스피치 동영상으로 평가가 이뤄졌다면 본선은 심사위원 앞에서 에세이를 발표하는 식이다. 예선에선 참가자의 발음, 억양, 에세이 주제만 평가요소가 됐다면 본선에선 억양과 발음, 에세이 주제의 재평가는 물론 말의 빠르기와 제스처, 액센트, 아이 컨텍, 돌발질문에 대한 상황 대처능력 등을 두루 평가한다. 스피치 주제에 대한 개별 심화질문도 있는데 손군은‘근본적으로 한국 영어교육의 문제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외국인 선생과 한국인 선생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 한국 영어교육의 미래’등 3개의 꼬리 질문을 받았다. “본선에선 참가자가 자신이 작성한 에세이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지와 액센트 처리능력을 많이 보시는 것 같았어요. 사실 발음은 영어환경에 노출된 시간만큼 자연스럽게 체득되는 부분이지만, 액센트와 억양은 직접 외국인과 일대일로 의사소통을 하지 않는 이상 체득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거든요. 이런 고려없이 발음에만 신경 쓰다 보면 말의 속도가 빨라지고 높낮이도 전혀 없는, 건조한 에세이 낭독이 될 뿐이죠.”손군은“본선 스피치 후엔 꼬리 질문이 항상 3~4개 이상 나오기 때문에 에세이 주제에 따른 질문거리를 미리 만들어보고 이에 대한 답을 작성·발표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목전문학원·조기유학 간다고 영어 잘하나 손군이 자라온 환경을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손군을 두고‘청심국제중 재학생이 전국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대상까지 수상했으니 영어 전문 학원은 물론 해외체류경험도 당연히 있을 거야’라는 질투 섞인 폄하를 할 수 있다. 더욱이 손군이 재학 중인 청심국제중은 입시전형에서 영어인증시험인 TOSEL 성적표를 받고 영어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유학은 아니더라도 사교육을 통해 만들어진 아이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추측일는지 모른다. 손군의 어머니 강금희(41) 씨는 이러한 근거 없는 추측들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듯했다. “하늘이가‘영어를 좀 하는 아이’인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입시와 대회 참가를 위해 특목학원을 등록시킨적도 없고 조기유학은 더더욱 보낸적이 없어요. 초등 6학년 때 참가한 모 백화점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해 부상으로 필리핀 단기연수 티켓을 받을 기회가 있었는데 하늘이가 티켓수령을 거부해 달랑 케이크 하나만 받아 들고 온 기억도 있어요. 하늘이는 남들이 천편일률 적으로 따라가는 영어 열풍에서 약간 비껴난 노선을 고집하는 아이였죠(웃음).”아직까지 마산엔 대형 프렌차이즈 특목학원이 들어서지 않은데다 서울 수도권보다는 상대적으로 특목입시와 대회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직접적인 루트가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악조건들이 손군으로 하여금 학원에 매달리지 않고 스스로 영어공부를 찾아 할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이 돼주었다는 게 강씨의 전언이다. 손군 역시“솔직히 말하기 비법이라고 공개할만한 공부법이 따로 없다”며“영어는 의사소통과 학습을 위한 도구일 뿐인데, 이를 목적으로 여기는 친구들이 너무 많다. 나는 단지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영어를 대해왔을 뿐이고, 이러한 학습 마인드가 결국엔 영어 공부에 흥미를 주는 수단이 돼 준 것 같다”고 제 생각을 말했다.

마지막으로 손군에게‘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자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알찬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영어의 유창함만으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에는 무리가 있어요. 말하기 대회라 해도 각 전형들을 살펴보면 쓰기 듣기 읽기 능력을 모두 평가하거든요. 단 말하기 대회에 참가한 학생의 영어수준이 중·상급 이상이라면 한 달에 2권 이상의 원서는 읽어보길 권해요. 흥미 위주의 소설 말고 롤 모델이 될 수 있는 실력 있는 사람이 쓴 글은 목표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런 글들을 계속 읽고 직접 써 보면 글 쓰는 스타일이 자연스럽게 잡히고, 내가 쓴 글인 만큼 주장과 의견 피력도 자신 있게 할 수 있지요.”

 

/ 장은희 기자 blog.veritas-a.com/miner

25 Friday, March 6, 2009 STU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