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언니 덕에 영어 자신감 생겼어요” 아이들 영어로 연극하고 수학 성적도 쑥쑥 부모들도 진빵 쪄주며 봉사에 보답 ‘훈훈’

“ABC도 몰랐었는데 이젠 제 소개를 영어로 할 수 있어요.”

지난 1일 오후 강원도 홍천군 서면 모곡리 마을회관에서는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이 마을에 살고 있는 임수빈(13·한서초 6학년)양 등 15명의 학생이 그동안 배운 영어실력을 뽐내는 영상물이 상영되었다.
이 마을 학생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평군에 위치한 청심국제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신유진(18), 김양현(18), 심다은(18)양과 조인성(18)군에게서 영어와 수학 등을 배웠다.
청심고 학생들은 지난해 7월 시골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 때문에 학원에 다니기 힘든 이 마을 학생들을 위해 ‘산골마을 공부방’을 개설하고 매주 토요일마다 하루 4시간씩 영어 등을 가르쳤다.
학기 중에는 2주에 한 번씩 수업이 진행됐다. 청심고 학생들은 영어시간에 영어만을 사용토록 하는 등 어린 학생들의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데 수업의 중점을 두었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학생들이 주인공으로 참여한 영어 연극과 영어로 말을 하며 요리를 하는 영상물이 상영됐다. 또 팝송 부르기와 영어로 자신을 소개하는 장면 등이 소개됐다. 발표회 자리에는 학부모 30여명도 참석해 학생들이 영어로 연극과 자신을 소개할 때마다 박수를 치며 대견스러워했다.
중학교에 진학한 남궁민희(14·여)양은 “영어만으로 수업이 진행돼 듣기 능력이 크게 늘었다”며 “학교 친구들도 영어와 수학실력이 늘어난 것에 대해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산골공부방은 그동안 결석생이 없었으며 한 명도 빠짐없이 숙제를 해올 정도로 내실 있게 진행되었다. 임양은 “어려운 수학을 쉽게 가르쳐줘 성적이 많이 올랐다”고 자랑했다.
수업이 진행될 때마다 마을 주민들은 찐빵을 쪄오거나 라면을 끓여주는 등 청심고 학생들의 봉사에 감사를 표시해 훈훈한 정을 느끼게 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산골공부방을 계속 운영할 청심국제고 학생들은 교내에 이를 정식 동아리로 등록하고 교사 자원봉사 희망자를 뽑기로 했다.
청심국제고 신양은 “영어와 수학, 과학 등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과목을 기초부터 차근차근 가르쳤는데 실력이 많이 늘어 보람을 느낀다”며 “올해도 계속해 산골공부방을 찾아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