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열정이 눈부셨다
▲ 지난 24일(현지시각) 미국 올랜도 디즈니월드 밀크하우스에서 열린 ''제5회 ICU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멋... /
''치어리딩 세계선수권'' 국가대항전 첫 출전,
한달 만에 급조한 응원팀 관중들 최고의 환호로 답례
"팀~ 사우스 코리아(Team~ South Korea)!"
25일(한국시각) 미국 올랜도 디즈니 월드 밀크하우스(Milkhouse)의 장내 아나운서의 소개가 떨어지자, 24명의 한국 치어리딩(cheerleading) 국가대표팀은 긴장한 얼굴로 스프링처럼 뛰어나왔다.
한국 치어리더 사상 처음 세계응원연맹(ICU)이 주최하는 국가대항전에 참여하는 순간이었다. 한국팀의 출전 종목은 16~24명이 한번에 무대에 서는 혼성 엘리트 스턴트 부문.
◆한국 대표응원 ''대~한민국''
태극기와 ''KOREA(코리아)''라고 쓴 팻말을 든 한국팀은 파란 매트가 깔린 12m×14m 무대에서 "대~한민국!" 구호를 힘차게 외친 뒤, ''오! 필승 코리아''를 목청껏 불렀다.
30초간의 구호응원이 끝나자, 선수들은 10여곡의 경쾌한 댄스음악에 맞춰 선수를 던졌다 받는 토스, 텀블링, 피라미드 쌓기등 난이도 있는 5가지 동작을 2분 동안 소화했다. 안무 도중 사물놀이 리듬에 태권도 동작이 등장하자 5000여 미국 관중은 휘파람과 박수로 환호했다.
처녀 출전한 한국팀의 점수는 462.5점. 혼성 엘리트 스턴트 종목의 14개 참가국 중 12위였다. 이는 거의 ''서커스''에 가까운 묘기로 금메달을 차지한 캐나다(699.5)팀의 3분의 2에 불과한 점수였다. 하지만 태극기와 ''대~한민국'' 응원을 소개한 한국팀을 제프 웹(56) ICU 회장은 "열정에 가득 찬 최고의 외교관"이라고 평했다.
▲ 세계선수권에 첫 출전한 한국 응원단은“열정에 가득 찬 최고의 외교관”이라는 찬사를 들었다/
이 ''최고의 외교관''은 지난 3월 말 급조된 팀이다. 대한치어리딩협회는 클럽대항전만 열었던 ICU가 올해 처음 국가대항전을 개최한다는 소식을 2월 말에야 듣고 부랴부랴 대표팀 구성에 나섰다.
협회는 지난해 ICU 클럽대항전에서 예선 탈락한 청심국제고 학생 6명에게 먼저 도움을 청했고 생활체육지도자 과정을 밟고 있는 덕성여대 학생 10명도 ''영입''했다.
삼일공고 3학년 응원부 4명은 지난해 11월 응원제에서 우승했다는 이유로 무작정 차출됐고, 난이도 높은 텀블링과 스턴트를 위해 안양과학대 체조전공 학생 4명도 발탁됐다. 한국의 급박한 사정을 들은 ICU는 클린턴 존슨(34) 감독을 파견하기도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엉망진창 팀''을 대회에 데리고 나가야 한다는 게 악몽처럼 느껴졌다"는 존슨 감독의 말처럼 한국팀의 세계 치어리딩 출전은 말 그대로 ''무한도전''이었다.
공중에서 떨어지는 동료의 팔꿈치에 부딪혀 아랫니가 부러지고 팔다리에 새겨진 주먹만한 멍은 ''영광의 상처''였다. 하지만 12위로 대회를 마친 한국선수들의 얼굴에는 뿌듯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 25일 ICU(세계응원연맹)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미국‘올아메리칸’팀 선수들의 연기 장면. 경쾌한 음악, 흥겨운 몸짓, 서커스를 떠올리게 하는 화려한 공중묘기에 관중석에선 환호성이 끊이지 않았다/
◆치어리딩의 주인공은 가족
ICU 국가대항전의 9개 세부종목 중 미국이 금메달 6개를 차지하며 종주국의 수준을 과시했고, 캐나다가 2개, 중국이 1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특히 북미지역의 치어리딩은 단순한 응원이나 스포츠가 아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었다.
미국의 치어리딩 인구는 약 450만명. 백인 중·상류층 가정에서 미식축구 다음으로 권장하는 종목이다. 학교를 대표하는 치어리더가 되려면 성적이 평균 A는 돼야 하며 명문대학들은 치어리더 경험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치어리딩 경기장은 오전 일찍부터 관중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부모들은 출전한 자녀들의 이름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또 다른 장외응원을 벌였다. 치어리딩 대회의 주인공은 선수뿐 아니라 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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