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있는 친구들이 정(情)이 부족하다고 들었어요. 우리가 준비한 노래와 연주로 우울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랬으면 좋겠어요.”

16일 낮 12시 30분 광주시 북구 동림동 광주애육원. 부모가 없거나 보호자로부터 버려진 불우 어린이 114명이 모여 사는 이곳에 때아닌 청아한 클라리넷 연주소리가 들려왔다.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화장실 옆 구석에서는 발성연습을 하는 남녀학생 서너 명이 눈에 띄었다.

자선음악회를 30여분 앞둔 경기도 가평군 청심국제중고등학교 학생들은 30도를 웃도는 폭염에도 불구하고 마무리 연습에 여념이 없었다.

오후 1시 이영욱(청심중 2년)군이 준비한 흥부가 한 대목을 시작으로 ‘제 3회 정기여름 자선음악회’ 막이 올랐다. 20평 남짓한 공간에 마련된 공연장에는 애육원 원생 100여명이 귀를 쫑긋 세운 채 멀리서 온 언니, 오빠들의 공연을 감상했다.

공연장 뒤편은 연주팀과 함께 온 청심고 학부모들과 선생님들이 자리를 지켰다. 학부모들은 공연에 앞서 짜장면 100그릇을 직접 만들어 애육원생들과 함께 먹는 등 따뜻한 부모의 정을 나눴다.

자선음악회는 판소리와 바이올린 연주, 합창, 클라리넷 연주 등으로 이뤄졌다. 우리에게 익숙한 쇼스타코비치의 ‘The Second Waltz’가 바이올린 선율을 타고 울려퍼질 땐 장내가 일순간 고요에 잠기기도 했다.

15명으로 이뤄진 청심국제중고등학교 ‘Triple-C’자선음악회 팀은 4박 5일간의 일정으로 복지시설이나 보육시설 등을 찾아 전국 5개 도시를 돌며 자선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여느 성인 공연팀처럼 공연스태프와 지역스태프, 기금조성스태프 등 세분화되고 전문적인 조직 체계를 갖추고 있다.

광주 화정초교 출신인 ‘지역스태프’ 소속 장우정(16·1학년)양은 이번 공연에 앞서 모든 일정을 애육원 측과 사전 협의하고 조율하는 등 맡은 임무를 완벽히 해냈다.

김겸(17·2학년)군 등 ‘기금조성스태프’ 3명은 전국 순회 공연에 앞서 교내 모금활동과 학부모 후원, 학원이나 기업 후원 등을 통해 공연기금 1천200만원을 마련했다. 기금은 운영경비와 후원물품 구입 등에 쓰이고 있다.

공연팀 감독을 맡고 있는 조미건(18·3학년)양은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음악회를 통해 이웃 사랑을 조금이나마 실천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청심국제중·고는 국내 최초의 사립형 국제학교이며, 수업 대부분을 영어로 진행하는 학교로 유명하다.

김형호기자 khh@kwangju.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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